나는 1년에 책을 몇 권 읽었다는 등 책 많이 읽기 대결이라도 하는듯한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천천히 읽더라도 책의 내용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읽는 방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몇 권을 읽었는지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다 보면 책을 내용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단순히 책에 적힌 글자를 ‘읽는’ 행위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책을 읽고 나서도 남는 것이 전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읽었으되 남는 것이 없다면 안 읽느니만 못하고 시간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간만 낭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책 만 권 읽기, 하루에 한 권 읽기 이런 제목의 책들은 관심도 없었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나가서 1시간에 1권 읽는 독서법에 관한 책이다. 책 한 권에 300페이지로 계산하면 5페이지를 1분에 읽는 셈이며, 1페이지를 12초 만에 읽는 셈이다.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사서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사서 보게 된 이유는 역시나 책을 더 많이 더 빨리 읽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읽고 싶은 책들은 많은데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나의 욕심을 채우려면 여유 시간을 늘리거나 책 읽는 속도를 높이거나 둘 중에 하나다. 여유 시간을 늘리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책 읽는 속도가 좀 더 빨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늘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제대로 책을 읽는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독서를 계속하다 보면 지식도 쌓이고 읽는 속도도 어느 정도 빨라지기는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은 그것을 획기적으로 넘어서는 속도로 느껴진다.
책의 저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3년간 1만 권의 독서를 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을 검증할 수는 없겠지만 작가의 말에 따르면 그렇다. 그렇게 많은 독서를 하면서 독서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 책의 구성은 앞의 절반 정도는 독서란 무엇이며, 독서의 장점과 우리가 왜 독서를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뒷부분에 가서는 독서법에 관해서 설명 한다.
앞부분에서는 독서에 관한 다른 책들에서 하는 말들과 비슷한 말들을 한다. 독서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어 봤지만, 핵심은 다들 비슷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이라고 하면 그것을 말하는 작가가 다르다고나 할까?
- 다산 정약용 선생은 큰아들 학연에게 다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폐족일수록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옷소매가 길어야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아야 장사를 잘하듯 머릿속에 5,000권 이상의 책이 들어 있어야 세상을 제대로 뚫어보고 지혜롭게 판단할 수 있다. 독서야 말로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깨끗한 일이다.
- 독서는 눈으로 하는 지각 과정이 아니라 뇌로 하는 사고 과정이다. 독서는 눈의 기능을 활용한다기 보다 뇌의 기능을 활용한다. 그래서 독서의 속도는 눈의 지각 속도가 아니라 뇌의 생각 속도에 좌우되는 것이다.
- 책을 많이 읽을수록 독서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된다.
- 책은 인간이 만들지만 인간이 만든 그 책은 다시 인간의 뇌를 재창조하고 재구성해준다. 그래서 인간은 책을 만들고, 책은 인간을 만든다는 말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책은 인류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발명품인 것이다.
-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느냐가 얼마나 큰 세상에서 사느냐를 의미한다. 수많은 강이 모여야 바다가 되듯 다양한 책의 의견과 생각이 모여야 바다처럼 넓은 의식을 기를 수 있고, 수준 높고 폭넓은 사고력을 만들 수 있다.,
이제 독서법으로 넘어가 보면 처음에 독서력 측정하는 것이 나온다. 책을 읽을 때 1분에 몇 자를 읽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50~500자 입문자 등급부터 10,000자 이상 독서 천재 상위 등급까지 10단계로 구분해 놨다. 나도 한 번 측정해보니 677자로 입문자 등급 바로 위 단계인 입문자 상위 등급이 나왔다. 이 책에서 책 읽는 속도가 느린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책을 읽을 때 소리 내서 읽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읽기 때문이라고 한다. 밖으로 소리 내어 읽지는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읽게 되면 말하는 속도 이상으로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뇌가 읽는 것이고 뇌의 이해 속도는 빠르지만 말하는 속도는 느리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라고 느껴진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훈련법을 소개한다. 한쪽 눈 감고 읽기, 책의 방향을 조금씩 돌려가면서 읽기, 반대로 읽기 등을 통해서 뇌를 운동시킬 필요성을 말한다. 그리고는 한 줄 읽기, 한 문단 읽기, 한 페이지 읽기로 단계별로 넘어가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러한 부분들은 책을 읽었다고만 해서는 이해되거나 습득되지 않는다. 시간을 내어서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아직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는 한다. 하지만 이러한 훈련을 통해서 책 읽는 속도 (이 책의 저자도 단순 리딩이 아니라 이해하는 독서를 추구한다.)가 현저하게 빨라진 후기들이 있으니, 나도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해봐서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고 아니더라도 손해 볼 것은 없다. 영화 중에 보지는 않았지만 리미트리스라는 영화가 있는데, 알약을 먹으면 뇌의 기능이 100% 가동해서 엄청난 천재가 된다는 내용이다. 가끔 이런 것처럼 한 권의 책들을 순식간에 나의 뇌로 넣고 싶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만약 퀀텀 독서법으로 독서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진다면 퀀텀 독서법이 리미트리스에 나오는 알약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문학 (Literature)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에 차 한 잔이 인생을 결정한다 (0) | 2019.01.24 |
---|---|
하청사회 - 지속가능한 갑질의 조건 (0) | 2019.01.22 |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 (0) | 2019.01.17 |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 - 톨스토이 (0) | 2019.01.11 |
성경 2.0 (0) | 2019.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