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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Philosophy)/소피의 세계

마술사의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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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의 모자


———훌륭한 철학자가 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단 한가지는 놀라워할 줄 아는 능력이다———



  훌륭한 철학자가 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단 한 가지는 놀라워할 줄 아는 능력이야.

(중략)


  이 세계는 아기가 제대로 말을 배우기 전에, 또 철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이미 아기에게 익숙한 세계가 되고 말아.

(중략)


  어느 날 아침, 엄마와 아빠 그리고 두세 살 먹은 아기 토마스가 부엌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엄마가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싱크대로 몸을 돌렸어. 그런데 글쎄 갑자기 아빠가 천장 아래를 둥둥 떠다니기 시작해. 

  이때 토마스가 뭐라 할 것 같니? 아마도 자기 아빠를 가리키며 “와! 아빠가 날고 있다.”라고 말하겠지. 

  분명 토마스도 놀랐겠지만, 이 일은 그저 그런 정도로 놀란 수준인 거야. 아빠는 이상한 일들을 많이 해왔으니까 식탁 위를 날아다니는 정도는 토마스 눈에 그다지 대단한 게 아닌 거지. 아빠는 날마다 신기한 기계로 면도를 했고, 때론 지붕 위로 기어 올라가 텔레비전 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리기도 했어. 아니면 머리를 자동차 보닛 안쪽에 틀어박고 있다가 새까만 얼굴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으니까. 

  그럼 이제 엄마의 반응을 보자꾸나. 엄마는 토마스가 하는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게 몸을 돌리겠지. 그리고 나서 식탁 위를 둥둥 자유롭게 떠다니는 남편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엄마는 손에 든 잼 병을 떨어뜨리고 화들짝 놀라 울부짖겠지. 어쩌면 아빠가 다시 자리에 앉고 나면 의사에게 뛰어갈지도 몰라. (아빠는 식사예절을 좀 배워야겠네.) 

  왜 토마스와 엄마는 그렇게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을까? 어떻게 생각하니? 

  이것은 ‘익숙함’의 문제야.(적어둬!) 토마스 엄마는 인간은 날 수 없다고 배운 사람이지. 하지만 토마스는 그렇게 배운 적이 없어. 아직 토마스에겐 이 세계에서 어떤 일이 가능하고 또 어떤 일이 불가능한지 확실치 않아. 

- 본문 중에서 -




  철학이란 어떠한 물음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 끊임없이 묻고 사유하는 것이 철학이다. 같은 세상을 살고 있으면서도 어떤 사람은 이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하고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또 다른 어떤 이는 그런 것에 별로 궁금해하지 않고 이 세상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일상생활을 해나가기도 한다. 이 둘을 비교해보면 전자의 사람이 철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증기기관차가 나왔을 때 모든 사람이 신기해하고 놀라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기차를 타고 고속열차를 봐도 신기해하지 않는다. 열차를 처음 보는 어린아이들 정도만 신기해한다. 처음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도 세상이 깜짝 놀랐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대단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없고 새로운 기능이 추가돼서 나와도 예전만 한 놀라움은 없다. 그만큼 적응하고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나와 예전의 나를 비교해도 이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20살 전후로 이 세상에 대해서 많은 의문을 던지고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 당시 나에겐 그러한 것이 아주 큰 관심사였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았다. 지금의 나도 그런 생각을 거의 안 하고 지내고 있다. 그냥 하루하루 회사 다니며 회사 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지나가고 주말에 뭐할지 생각하면서 시간이 흘러간다. 익숙해진 것도 있을 것이고, 예전엔 먹고 살 걱정 없이 지냈는데 지금은 먹고살 걱정도 하고 그때보다 훨씬 바쁘게 지내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철학자처럼 많은 물음을 던진다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시킨 일이나 하라고 하거나 돈 더 벌 생각이나 하라고 하겠지. 철학이 밥 먹여 주나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철학으로 밥 먹고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또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철학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모든 것에도 철학이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모두가 철학을 하고 있지만(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것을 철학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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